폭행합의금을 건네고 합의서에 서명까지 마치면 모든 일이 정리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합의가 형사 사건에 남기는 결과는 한 가지가 아닙니다. 어떤 조문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지에 따라 합의는 사건을 그 자리에서 멈추게 하기도 하고, 형을 정할 때 참고하는 사정 하나에 머물기도 합니다.
이 문서는 행위나 수단을 따지는 문제보다, 죄명의 차이가 합의의 효과를 어떻게 갈라놓는지에 집중합니다. 질문은 하나입니다. "합의하면 내 사건에서 무엇이 달라지는가."
처벌 의사가 사건의 향방을 정하는 죄
형법 제260조 제1항의 폭행과 제2항의 존속폭행에는 같은 조 제3항이 붙어 있습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면 국가가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한 규정으로, 흔히 반의사불벌죄라고 부릅니다.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와는 다릅니다.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아도 신고만으로 수사가 진행될 수 있고, 다만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가 확인되는 순간 처벌로 이어지는 길이 막힙니다.
이 의사가 어느 단계에서 확인되느냐에 따라 사건이 마무리되는 모습도 달라집니다.
- 경찰 수사 중 — 사법경찰관은 사건을 공소청으로 보내지 않는 불송치 결정을 할 수 있고, 이때는 불송치 가운데 '공소권없음' 갈래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 송치된 뒤 —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 기록에 남아 있으면 공소청 검사도 공소를 제기하지 못합니다.
- 기소된 뒤 — 법원은 유무죄를 따지지 않고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합니다(형사소송법 제327조 제7호).
처벌불원까지 이르지 못했더라도 반의사불벌죄에서는 피해자에게 잘못을 털어놓고 뉘우친 사정 자체가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형법 제52조 제2항은 이런 죄에서 피해자에게 죄를 자복한 경우에도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합의가 형을 정하는 사정으로 남는 죄
반대로 처벌불원 규정이 없는 죄에서는 합의가 있어도 사건 자체는 계속 진행됩니다. 위험한 물건을 지니거나 여럿의 위력을 보인 특수폭행(형법 제261조), 몸에 상처가 생긴 상해(제257조), 폭행 끝에 상해 결과가 생긴 폭행치상(제262조)이 그렇습니다. 이 조문들에는 제260조 제3항과 같은 문구가 들어 있지 않습니다.
2명 이상이 공동하여 폭행한 경우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폭력행위처벌법 제2조 제2항의 공동폭행에 대해서는 같은 조 제4항이 형법 제260조 제3항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손으로 한 번 밀친 정도였더라도 여럿이 함께했다는 이유로 이 법이 적용되면, 처벌불원이 사건을 끝내는 효과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폭행치상도 같은 쪽에 섭니다. 시작은 폭행이었어도 결과가 상해라면 상해의 예에 따라 처벌되므로(제262조), 밀친 상대가 넘어지며 다쳤다면 이 조문이 검토될 수 있습니다. 그 순간 합의의 효과도 처벌불원에서 형을 정하는 사정으로 옮겨 갑니다.
이런 사건에서 합의는 두 자리에서 고려됩니다. 하나는 공소청 검사가 재판에 넘길지 정하는 자리입니다.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않을 수 있게 한 기소편의주의 조항(형사소송법 제247조)은 그 판단 기준으로 형법 제51조를 끌어오고, 그 제4호에 '범행 후의 정황'이 들어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법원이 형의 종류와 정도를 정하는 자리입니다. 피해가 회복되고 사과가 이루어졌다는 사정은 정상참작감경(제53조)을 검토하는 재료가 되기도 합니다.
같은 돈, 다른 결과가 나오는 이유
비슷한 폭행합의금으로 합의했더라도, 맨손으로 한 차례 밀친 단순 폭행은 처벌불원서 한 장으로 절차가 멈출 수 있는 반면, 손에 든 병으로 위협하며 때린 특수폭행은 합의 뒤에도 수사와 재판이 이어집니다. 금액이 같아도 결과가 다른 까닭은 돈의 크기가 아니라 적용 조문에 있습니다.
수사 도중에 죄명이 바뀌는 일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 폭행으로 접수되었다가 진단서가 제출되면서 상해로 검토되거나, 일행이 얼마나 가담했는지가 드러나면서 공동폭행이 문제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합의를 논의하기 전에 출석요구 연락이나 받은 서류에 어떤 죄명이 적혀 있는지 확인하고, 바뀔 여지는 없는지도 함께 물어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합의서 한 장에 담기는 두 가지
어느 죄명이든 합의에는 성격이 다른 두 내용이 섞여 있습니다. 손해를 돈으로 정리하는 민사적인 약속, 그리고 형사 절차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입니다. 반의사불벌 사건에서 절차를 멈추게 하는 것은 뒤의 의사표시이고, 돈이 오갔다는 사실만으로 그 효과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그 의사표시를 언제까지 내야 효과가 있는지는 합의 시점과 시한을 다룬 문서에서 이어서 설명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폭행 사건이면 모두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되지 않나요?
A. 아닙니다. 그 효과는 형법 제260조의 폭행과 존속폭행에 한정됩니다. 특수폭행, 상해, 폭행치상, 여럿이 공동한 폭행에서는 처벌불원 의사가 있어도 사건이 계속되고, 합의는 처분과 형을 정할 때 고려됩니다.
Q. 합의했는데도 경찰에서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왜 그런가요?
A. 처벌불원 의사가 수사기관에 아직 전달되지 않았거나, 사건이 반의사불벌이 아닌 죄로 검토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서면이 기록에 들어갔는지, 지금 어떤 죄명으로 보고 있는지를 담당 수사관에게 물어보세요.
정리
합의가 사건을 끝내는지는 금액이 아니라 조문이 정합니다. 단순 폭행이라면 처벌불원 의사가 절차를 멈추게 하고, 그 밖의 죄라면 합의는 처분과 형을 가볍게 하는 사정으로 작동합니다. 폭행합의금을 논의하기 전에 내 사건의 죄명부터 적어 두고, 다른 질문은 폭행합의금 안내 첫 화면에서 이어서 확인해 보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근거: 형법 제51조·제52조 제2항·제53조·제257조·제260조·제261조·제262조, 폭력행위처벌법 제2조 제2항·제4항, 형사소송법 제247조·제327조 제7호, 수사준칙 제51조 제1항, 공소청법(2026-10-02 시행) — 국가법령정보센터 2026-10-20 확인